[양지노인복지관]버려진 것들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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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들은 계절마다 우리 주변을 다양하게 물들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계절에는 숨어 있는 생명들이 각자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몰입합니다.
꽃은 열정적으로 자신을 피우고 때에 따라 지는 모습은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피는 꽃은 찬란하게 아름답고 지는 꽃은 짧음으로 여운을 남기죠.
꽃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은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아마 처음에는 식물을 오래도록 보관하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수확한 농작물을 보관해서 겨울을 지내려면
다양한 생활의 지혜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식용 약용 허브나 채소들을 창고나 처마에 널어 햇빛을 피하고
바람을 이용하여 부패를 막으려 노력했을 것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식물을 보존하는 방법과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온 저장고, 화학 약품 처리, 동결 건조 등과 같은 방법을 활용해
식물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화훼 장식에서 꽃을 저장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절화는 이미 한 번 줄기가 절단된 상태로 수확되어 유통되기 때문에
그만큼 수명 관리가 생명입니다.
꽃을 오래도록 보존하는 방법 중 하나가 건조입니다.
건조화는 드라이플라워(Dry flower)라고 하며 형태와 방법에 따라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 압화(pressed flower)/누름꽃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오늘은 누름꽃
누름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원에 활동 중 하나입니다.
내가 누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심미적인 효과와 더불어
생활 소품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매할 수 있는 건조화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산이나 들어서 채집하면 재료 준비부터 꽃을 말리고
작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재미가 배가 됩니다.
누름꽃은 압화(pressed flower)라고도 불리며 꽃을 눌러서 만듭니다.
말린 꽃들은 수분이 제거되어 종이처럼 됩니다.
색 또한 살아 있을 때와 다른 느낌으로 아름다움을 줍니다.
잘 건조된 누름꽃들은 밀폐 용기나 봉투에 넣어
수분을 피해 그늘에 보관하면 수 개월 동안 색과 형태가 유지됩니다.
누름꽃을 만들 때 전문가용 압화 틀을 이용하면 좋지만
특별한 도구 없이 집에서 말리고 싶다면
아주 두꺼운 책에 습자지나 한지 사이에 꽃을 넣어
공기를 차단하여 단단히 눌러 만들면 됩니다.
수분 함량이 적은 꽃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꽃잎이 얇은 꽃들을 골라 말리면 색깔이 많이 변하지 않게 건조할 수 있습니다.
꽃받침이 두꺼운 종류는 반을 잘라서 가운데 부분을 조금 제거하고 말립니다.
꽃잎이 크고 겹겹이 쌓여 있는 꽃은 한 장씩 따로 말리면 됩니다.
계절 에 따라 식물의 줄기나 덩굴줄기도 함께 말리면
작품을 만들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꽃을 선물받는다는 것은 마음을 선물받는 것
봄과 여름을 지나며 여러곳에서 채집한 다채로운 꽃들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종이 위에 디자인을 하고 간단히 고정시켜
테이블 매트, 엽서, 액자, 책갈피 등을 만들어봤는데
처음 하시는 분들이 따라해도 매우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마음을 담아 문구를 적거나 색칠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꽃을 선물 받는다는 것은 마음을 선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떤 일을 축하하거나 슬픔을 위로하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리면
남편이 플로리스트에게 겁도 없이 꽃다발을 안겨주었던
순수한 마음이 떠오릅니다.
만약 색감, 디자인, 가격 등에 대해 물어보지 않고 기쁘게 받아주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후회도 듭니다.
씁쓸한 기억 때문인지,
그 이후로 남편은 기념일에 꽃을 선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꽃을 선물했던 그 남자는 지금 어디 있을까하고
종종 남편을 골려 주려는 농담도 할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꽃은 시들어 사라지지만,
버려진 꽃들이 새로운 삶을 얻을 때,
함께한 그 순간의 따뜻함과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봄을 준비하려니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쉽게 사고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 가운데
나는 무엇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떨어진 꽃잎을 모아
다시 만든 누름꽃처럼 살아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그 시간마저 지나서 재활용할 수 없어
버려지더라도 그때 생각과 마음만은
기억의 저장고에 오래도록 보관되기를 바라 봅니다.
본문 출처 : 가족과 건강 2023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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