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 막는 인형극 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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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낯선 사람이 우리 몸을 만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죠?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라고 말해야 돼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양지노인복지회관에서 할머니들이 아동성범죄 예방법을 위한 인형극을 연습하고 있었다.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인 이들은 커다란 천 하나로 책상을 가린 소박한 무대 뒤에서 직접 만든 손 인형을 든 채 전문 성우 못지않은 익살스런 연기를 보여줬다.
인형극의 배경은 평범한 가정집. 초등학생 강희가 평소 알고 지내던 옆집 삼촌한테 놀러 갔다가 겪은 일을 소재로 만든 15분짜리 인형극이다. 삼촌이 강희의 몸을 만지려 하자, 강희는 단호하게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라고 항의한다는 내용이다. 관객인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대응하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기억할 수 있도록 공연 중간마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를 강조했다.
‘몰래주는 사랑’ 실천하는 할머니 인형극단
양지노인복지회관에서 할머니 인형극단인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을 만든 것은 2008년 12월. 복지관에 나와 삶의 활력을 느끼는 한편 틈틈이 배운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효(孝)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해보자는 뜻에서였다. 활동에 필요한 돈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았다.
극단을 기획한 이곳의 배영희 사회복지과 과장은 “어르신과 아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다가 인형극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당시 조두순 사건 등 아동성범죄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고 어르신들의 삶의 노하우와 그동안 취미로 배우신 연극을 접목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이어"애기똥풀은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 근처 길가나 풀밭에서 자라는 토종 식물로, 꽃말이 ‘몰래 주는 사랑’인데, 아이처럼 순수하게, 아이들 시각에서 활동하자는 뜻에서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원은 8명, 평균나이가 70세다. 연극 전문 강사선생님의 교육과 함께 연습 기간만 꼬박 1년을 가졌다고 한다.
인형극단 단장 김경희 할머니(75)는 “꼬박 1년 동안 단원들의 아이디어와 전문 강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1년 동안 세 작품을 만들었다”며 “우리들이 직접 손수 인형을 바느질해 만들고, 대사를 녹음하고 인형 동작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소중한 나, 내가 지켜요’, 협동심을 기르는 ‘영차 영차 영영차’, 효를 실천하는 ‘우리 엄마 최고’가 바로 그것이다.
할머니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아동성범죄 예방 인형극 공연을 시작했다.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등을 돌며 한 달에 두 번씩, 지금껏 30여차례가 넘는 공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년 동안은 너무 바빠 늙은 틈도 없었죠”
순수 봉사동아리로 탄생한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지원금도 부족했고, 평균 나이 70세인 할머니들이 인형극을 배우기도 쉽지 않았다.
김경희 할머니는 “방금 대사를 외웠는데도 돌아서면 까먹고, 잊어버리기 일쑤였다”며 “틀릴 때마다 서로 미안해 집에 가서 몰래 손자, 손녀를 앞에 두고 연습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유심 할머니(78)도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에는 대사를 외우기 힘들어 미리 녹음해 사용했다”며 “인형극 내내 타이밍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긴장하곤 했다”고 말했다.
몸도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 할머니는 “나이가 있다 보니 무대 위로 인형을 치켜들고 동작을 하면 팔이 금세 뻣뻣해진다”고 말했다.
이선순 할머니(69)는 “처음엔 인형이 무거워 들고 연습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그래서 단원 모두 어깨마다 파스를 붙이며 연습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길강 할머니(69)는 “인형극을 할 때는 손을 보이면 안 된다”며 “처음엔 무대 뒤에서 인형들마다 높이를 비슷비슷하게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든 인형으로 웃는 모습 볼 때면 기분 좋아”
할머니들은 바느질 솜씨를 살려 인형과 인형 옷, 무대도 모두 할머니들이 직접 제작했다.
오유심 할머니(78)는 “처음엔 눈이 침침해서 바늘에 실을 꿰기도 힘들었다”며 “아이들이 우리가 만든 인형으로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무대 동선도 일일이 체크해가며 인형들끼리 높낮이를 맞추는 등 연습에 연습을 더해갔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자신의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할머니의 대사도 외울 정도가 됐다. 이제는 세트 운반, 인형 의상 작업, 연기 등을 모두 알아서 해내고 있다.
“이제 인형극은 삶의 활력소랍니다”
‘애기똥풀’ 할머니 인형극단은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삶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태희 할머니(69)는 “고된 연습 때문인지 이제는 장면마다 서로 애드리브를 칠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며 “요즘 같이 인생이 재밌고 보람찬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자 할머니(63)는 “일주일 중 인형극 연습하는 날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인형극을 보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연습하는 날이 기다려져요. 이제 인형극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된 것 같네요.”
송정자 할머니(69)는 “어린이집이나 아동센터의 찾아가 공연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할머니 연극단 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줄때는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범죄 없는 사회가 됐으면
전주양지복지회관의 배영희 과장은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어르신들이 인형극을 하시면서 삶의 활력도 찾고 보람도 느끼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단장 김경희 할머니도 “이 나이가 되서도 아이들한테 교육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성범죄 예방법 연극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만나본 할머니 인형극단 ‘애기똥풀’은 전문 성우 못지않은 목소리를 내며 동작 하나하나 열정을 다해 연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앞으로 할머니 인형극단의 열정이 전국 곳곳에 전해져 대한민국의 성범죄 없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박하나 (행정인턴) ladyhana05@naver.com
“낯선 사람이 우리 몸을 만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죠?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라고 말해야 돼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양지노인복지회관에서 할머니들이 아동성범죄 예방법을 위한 인형극을 연습하고 있었다.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인 이들은 커다란 천 하나로 책상을 가린 소박한 무대 뒤에서 직접 만든 손 인형을 든 채 전문 성우 못지않은 익살스런 연기를 보여줬다.
인형극의 배경은 평범한 가정집. 초등학생 강희가 평소 알고 지내던 옆집 삼촌한테 놀러 갔다가 겪은 일을 소재로 만든 15분짜리 인형극이다. 삼촌이 강희의 몸을 만지려 하자, 강희는 단호하게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라고 항의한다는 내용이다. 관객인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대응하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기억할 수 있도록 공연 중간마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를 강조했다.
할머니 인형극단 ‘애기똥풀’이 초등학교를 찾아 성범죄 예방을 위한 <소중한 나, 내가 지켜요>라는 주제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전주양지노인복지회관> |
‘몰래주는 사랑’ 실천하는 할머니 인형극단
양지노인복지회관에서 할머니 인형극단인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을 만든 것은 2008년 12월. 복지관에 나와 삶의 활력을 느끼는 한편 틈틈이 배운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효(孝)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해보자는 뜻에서였다. 활동에 필요한 돈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았다.
극단을 기획한 이곳의 배영희 사회복지과 과장은 “어르신과 아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다가 인형극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당시 조두순 사건 등 아동성범죄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고 어르신들의 삶의 노하우와 그동안 취미로 배우신 연극을 접목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이어"애기똥풀은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 근처 길가나 풀밭에서 자라는 토종 식물로, 꽃말이 ‘몰래 주는 사랑’인데, 아이처럼 순수하게, 아이들 시각에서 활동하자는 뜻에서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원은 8명, 평균나이가 70세다. 연극 전문 강사선생님의 교육과 함께 연습 기간만 꼬박 1년을 가졌다고 한다.
인형극단 단장 김경희 할머니(75)는 “꼬박 1년 동안 단원들의 아이디어와 전문 강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1년 동안 세 작품을 만들었다”며 “우리들이 직접 손수 인형을 바느질해 만들고, 대사를 녹음하고 인형 동작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소중한 나, 내가 지켜요’, 협동심을 기르는 ‘영차 영차 영영차’, 효를 실천하는 ‘우리 엄마 최고’가 바로 그것이다.
할머니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아동성범죄 예방 인형극 공연을 시작했다.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등을 돌며 한 달에 두 번씩, 지금껏 30여차례가 넘는 공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할머니 인형극단 ‘애기똥풀’은 공연 중간마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를 강조하며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기억할 수 있도록 반복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사진=전주양지노인복지회관> |
“1년 동안은 너무 바빠 늙은 틈도 없었죠”
순수 봉사동아리로 탄생한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지원금도 부족했고, 평균 나이 70세인 할머니들이 인형극을 배우기도 쉽지 않았다.
김경희 할머니는 “방금 대사를 외웠는데도 돌아서면 까먹고, 잊어버리기 일쑤였다”며 “틀릴 때마다 서로 미안해 집에 가서 몰래 손자, 손녀를 앞에 두고 연습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유심 할머니(78)도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에는 대사를 외우기 힘들어 미리 녹음해 사용했다”며 “인형극 내내 타이밍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긴장하곤 했다”고 말했다.
몸도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 할머니는 “나이가 있다 보니 무대 위로 인형을 치켜들고 동작을 하면 팔이 금세 뻣뻣해진다”고 말했다.
이선순 할머니(69)는 “처음엔 인형이 무거워 들고 연습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그래서 단원 모두 어깨마다 파스를 붙이며 연습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길강 할머니(69)는 “인형극을 할 때는 손을 보이면 안 된다”며 “처음엔 무대 뒤에서 인형들마다 높이를 비슷비슷하게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돋보기안경을 끼고 스티로폼을 자르고 바느질을 해 만든 인형들의 모습이다. <사진=전주양지노인복지회관> |
“우리가 만든 인형으로 웃는 모습 볼 때면 기분 좋아”
할머니들은 바느질 솜씨를 살려 인형과 인형 옷, 무대도 모두 할머니들이 직접 제작했다.
오유심 할머니(78)는 “처음엔 눈이 침침해서 바늘에 실을 꿰기도 힘들었다”며 “아이들이 우리가 만든 인형으로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무대 동선도 일일이 체크해가며 인형들끼리 높낮이를 맞추는 등 연습에 연습을 더해갔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자신의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할머니의 대사도 외울 정도가 됐다. 이제는 세트 운반, 인형 의상 작업, 연기 등을 모두 알아서 해내고 있다.
할머니 인형극단 ‘애기똥풀’은 인형 의상 작업부터 연기, 세트 운반까지 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사진=전주양지노인복지회관> |
“이제 인형극은 삶의 활력소랍니다”
‘애기똥풀’ 할머니 인형극단은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삶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태희 할머니(69)는 “고된 연습 때문인지 이제는 장면마다 서로 애드리브를 칠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며 “요즘 같이 인생이 재밌고 보람찬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자 할머니(63)는 “일주일 중 인형극 연습하는 날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인형극을 보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연습하는 날이 기다려져요. 이제 인형극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된 것 같네요.”
송정자 할머니(69)는 “어린이집이나 아동센터의 찾아가 공연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할머니 연극단 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줄때는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주양지노인복지관의 할머니 인형극단 ‘애기똥풀’ 단원들이 “성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겠다”며 손을 모으고 있다. |
앞으로 성범죄 없는 사회가 됐으면
전주양지복지회관의 배영희 과장은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어르신들이 인형극을 하시면서 삶의 활력도 찾고 보람도 느끼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단장 김경희 할머니도 “이 나이가 되서도 아이들한테 교육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성범죄 예방법 연극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만나본 할머니 인형극단 ‘애기똥풀’은 전문 성우 못지않은 목소리를 내며 동작 하나하나 열정을 다해 연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앞으로 할머니 인형극단의 열정이 전국 곳곳에 전해져 대한민국의 성범죄 없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박하나 (행정인턴) ladyhana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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