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가 멈추면 사회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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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권리와 건강하게 일할 권리의 보장이 필요하다. 엄연한 노동임에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당신이 가정에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 하지 않았지만 거슬리거나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면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 놓았다는 말이 된다.
당신이 쓴 수건을 빨아서 건조하기, 설거지하기,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관리하는 일까지. 여기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이 있다. 오랫동안 가사노동은 '무급' 노동 영역에 있었고 노동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 노동 대부분은 여성들이 맡아 왔으며, 오랜 세월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에 대해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Wages for Housework)을 시작했다. 70년대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투쟁은 단순히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던 가사노동이 노동임을 선포하는 강력한 싸움이었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거부할 때 남성과 사회의 일상이 어떻게 흔들릴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이 하지 않는 노동인 가사노동은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루어지자 이들을 대신해 가사노동을 하는 '유급'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낮게 평가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그대로 시장에도 반영되어 가사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가사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 노동자들과 유급 여성 노동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쪽이 착취된다면 다른 한쪽 역시 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여성들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가사노동 시장 형성과 노동권 배제
온라인 플랫폼과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임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가사노동을 법제도는 어떻게 정의할까? 근로기준법은 제11조 제1항 단서에서 '가사사용인'에게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시행령 제2조 제4호에서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해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어 가사노동자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했다.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엄연히 노동하고 있지만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받을 수 없고,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치료 및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보호하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부당해도 이용자의 뜻에 따라야 했고, 임금 체불과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비인간적 취급을 받으며 일해 왔다.
가사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의 길
법 제정 이후 이제 제공기관은 서비스 제공만이 아니라 고용을 위한 정비를 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는 4대 보험 가입 등 큰 변화가 생긴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인증기관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사무실이 아니라 타인의 가정에서 하는 노동 역시 다른 노동과 같은 노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내팽개칠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인증기관과 계약을 맺지 않은 가사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지금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모든 가사노동자를 포괄하는 제도 역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여성들이 무급으로 해온 가사노동을 드러내고, 여성과 가사노동의 가치 절하를 끊어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사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노동권을 보장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쉴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용자 단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비가시화되고 비공식 노동 영역에 있던 가사노동자들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게 하는 길이다. 가사노동이 멈추면 모두의 생활이 멈추고 사회가 멈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Question 2021+Vol.5 20P~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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