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전주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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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물론 가정을 울리는 성범죄는 절대로 안 됩니다.”
최근 아동 성범죄가 잇따라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64∼78세의 할머니들이 인형극을 통해 성범죄 예방교육을 해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소속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은 지난 6일 김제 백구초등학교에서 ‘소중한 나, 내가 지켜요’를 주제로 18분간 공연을 펼쳤다. 단장 김경희(77)씨를 비롯한 8명의 할머니는 이 학교 전교생 25명과 학부모와 교사 등 50여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극의 배경은 평범한 가정집. 초등학생인 ‘강희’는 평소 친한 옆집 삼촌 집에 놀러 갔다가 삼촌이 강희의 몸을 만지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강희는 “싫다”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엉뚱한 상황을 막는다.
할머니들은 공연 중간마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를 강조,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게 반복했다. 또 학생들이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이들이 이 같은 공연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복지관에 나와 삶의 활력을 느끼는 한편 틈틈이 배운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효(孝)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후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을 돌며 30여 차례 무료 공연했다. 성교육극 뒤에는 ‘우리엄마 최고’라는 제목으로 효를 알리는 극도 진행한다. 또 어린이들이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가르치기도 한다.
“인형을 직접 만들고 대사를 각자 녹음했어요. 눈이 침침해서 바늘에 실을 꿰기도 어려웠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안경너머로 눈을 동그랗게 뜨곤 했지요.”
할머니들은 처음 역할을 분담할 때 ‘나쁜 삼촌’역에 모두 손사래를 쳐 어려움도 있었다며 웃었다. 결국 이 배역은 왕언니인 오유심(78)씨가 맡았다.
오씨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우리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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