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어엿한 엄지족이여" 휴대전화 교육에 삼매경인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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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는 통화할 때만 썼는디 이제 어엿한 엄지족 됐구먼, 손주들한테 먼저보내야제”
21일 오후 4시 전주시 효자동 양지노인복지관에는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 건물 2층 글사랑방에는 길게 늘어선 책상에 젊은 대학생들과 노인들이 옹기종기 섞여 앉아 다들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무언가에 열심이다. 노인들은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법을 봉사활동을 나온 대학생들에게 배우고 있었다. 평소 휴대전화는 전화통화로만 사용했던 터라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배움교실안은 늦깎이 배움 열기로 가득했다.
노인들은 대학생들의 세세한 설명에 따라 세월이 고인 손가락을 이용하며 휴대전화 키패드를 더듬으며 연신 문자 메시지를 만들어간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그럴듯한 문자가 완성되는 것을 경험하며 노인들은 하나하나씩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고단한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뭉툭한 손들이 키패드를 열심히 두드려 완성된 문자가 전송되는 것을 지켜볼 때마다 노인들은 뿌듯함을 느꼈다.
강기만(70)씨는 “지금까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돼 너무 뿌듯해” 라며 “평소에는 전화를 걸고 끊는 것으로만 사용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문자 보내는 법을 배워 휴대전화 사용이 두렵지 않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노인들의 주요 교육목적은 하나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 손자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마음에서다.
동명자(71·여)씨는 “9년만에 손자가 태어났는데 멀리 사는 탓에 못봐서 항상 눈에 아른 거렸거든. 아들이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휴대전화를 바꿔줬는데 젊은이들 덕분에 이제 손자를 매일 볼수 있어 좋아”라며 즐거워했다.
써니봉사단원인 강아람(23·부산)씨는 “지난 봄에도 80세가 넘는 분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교육봉사를 했었는데 기뻐하는 노인들의 모습에 또 참여하게 됐다” 며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를 자주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을 이번 교육을 통해 정을 나눌 수 있게 되는 모습을 보게 돼 봉사에 참여한 나로서도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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